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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지식

김성곤의 중국 한시기행 두보의 월야억사제, 등악양루

by 소시민스토리 2024.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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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의 중국 한시기행 두보의 월야억사제, 등악양루

중국 하남성의 고도, 낙양은 수많은 왕조가 수도로 삼은 유서 깊은 곳이다. 황하의 지류인 낙하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섬서성 위남에서 시작된 낙하는 섬서성 동남부, 하남성 서북부를 흘러 낙양을 관통해 하남성 공의라는 도시, 북쪽 황하로 들어간다. 공의가 시성 두보의 고향이다.  두보는 공의에서 태어났고 약 70킬로미터에서 떨어진 낙양에서 성장했다.

 

 

공의시 남요만에 위치한 두보의 고향 두보고리에는 시성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으로 조성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손에 둥글게 말린 두루마리를 들고 상념에 잠겨있는 거대한 두보 동상이 서 있다. 중국의 많은 시인 중 가장 높은 성취를 일궈 성인의 경지에 올랐다. 

 

두보가 태어난 토굴집 두보탄생요가 있다. 산서성, 하남성 일대에서 유행했던 집으로 두보 역시 토굴집에서 태어났다. 토굴집 입구는 벽돌로 쌓았고 동굴은 높이 3미터, 폭 2미터, 깊이 20미터로 깊게 파서 만들었다.

허름한 토굴집 뒤에는 낮으막한 토산, 필가산이 있다. 필가筆架는 옛날 문인 문객들이 사용하던 붓을 걸쳐놓는 일종의 붓걸이이다.  필가를 닮은 산봉우리 밑에서 대문장가가 나온다고 한다.

 

강점촌에 두보의 무덤 두보능원이 있다. 

안록산의 난으로 동생들과 헤어져 늘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었던 두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수많은 시를 남겼다. 

 

 

<月夜憶舍弟 월야억사제, 달빛 아래에서 동생을 그리워하다>

 

"수자리 북소리에 사람 자취 끊기고 

변방의 가을 외로운 기러기 소리

이슬은 오늘 밤부터 하얗게 되고

달은 고향의 달처럼 밝은 달인데

동생들 다 뿔뿔이 흩어지고

생사를 물을 집조차 없다네

편지는 오랫동안 가 닿지도 못하니

하물며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음에랴"

-두보 <月夜憶舍弟 월야억사제> 

 

아직도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온다. 기러기는 대열을 갖추어 날아가기 때문에 형제를 비유한다. 외기러기의 울음소리는 전쟁으로 인해 홀로 떠돌고 있는 동생이 형을 부르는 슬픈 울음이 된다.

처연한 울음소리에 이끌려 마당에 섰더니 가을달이 고향에서 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 

안록산이 죽고 장안, 낙양이 탈환돼서 전쟁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다시 하남성과 산동성 지역은 혼란에 빠진다. 그곳은 동생들이 흩어져 살고 있던 지역이었다. 전쟁 중에 편지도 도달하지 않으니 생사를 알 길이 없다. 동생들의 생사여부를 모르는 두보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생들에 대한 염려로 힘든 노년의 날들을 보내던 두보는 죽기전에 고향으로 가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백제성을 떠나 삼협을 지나 고향으로 향한다. 하지만 고향으로 가는 뱃길은 전란으로 막히고 오갈 데 없게 된 두보는 호북과 호남을 병든 몸을 이끌고 정처 없이 떠돈다.

두보의 배는 바다처럼 거대한 동정호에 도달했고 늙고 병든 두보는 악양루에 올라 슬프고 장엄한 시, 등악양루를 남긴다.

 

<登岳陽樓 등악양루>

 

"예로부터 동정호를 들었더니 

이제서야 악양루에 오르네

오나라 초나라까지 동남으로 터져있고

해와 달이 밤낮으로 이곳에서 떠오르네

친척도 친구도 소식 한 자 없고 

늙고 병들어 외로운 배로 떠도는 몸

고향 북쪽은 여전히 전쟁 소식

누각 난간에 기대어 눈물 콧물 흘리네"

-두보 <登岳陽樓 등악양루>

 

전반부는 동정호를 묘사했고 후반부는 자신의 신세에 대한 술회이다. 악양류에 올라서 거대한 동정호를 보니 자신의 삶이 왜소하기 짝이 없다. 친구, 친척도 없이 홀로 병들어 외롭게 떠돌아다니는 몸이다. 고향 북쪽은 여전히 전쟁 중이어서 돌아갈 희망이 없다. 고독과 절망이 강렬하고 침울해도 여전히 장엄한 기상 속에 있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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