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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지식

김성곤의 중국 한시기행 호북성 황학루, 벗을 보내는 슬픔

by 소시민스토리 2024.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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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의 중국 한시기행 호북성 황학루, 벗을 보내는 슬픔

호북성의 중심도시 무한(우한)의 황학루에 1층에 들어서면 신선을 태운 거대한 황학이 누각을 배경으로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대형 벽화가 있어 황학루의 아름다운 전설을 말해준다. 이 전설을 가지고 최고의 아름다운 율시를 써 낸 인물이 있다. 

천하의 시인, 이백의 붓을 던지게 한 인물,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최호이다. 황학루 주변의 여러 부석 건물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누각이 있다. 이름하여 각필정擱筆亭, 붓을 던져버리다는 뜻이다.

황학루는 뛰어난 절경으로 인해 역대 수많은 문인 문객들이 찾아와서 붓을 잡아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곳으로 유명하다. 각필정 앞에 황학루라는 시가 활달한 행서체로 유려하게 쓰여져 있다. 바로 이 시 하나 때문에 각필정이라는 건물이 세워졌다. 

 

황학루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 천하의 시인 이백으로 하여금 각필하게 만든 옛 이야기가 있다.

시인 이백이 젊은 시절 황학루를 찾아왔다. 천하의 명승이라면 가리지 않고 찾아와서 감상하고 맘컷 붓을 휘둘러서 절창을 뽑아내던 천하의 이백이 황학루에 올라왔으니 시상이 넘쳐났을 것이다. 필봉을 다듬고 있을 때였다. 고민하여 퇴고하던 이백에게 시를 들고 한 사람이 찾아왔다. 

 

 

 

<황학루>

 

"옛사람 황학을 타고 가버리고

이곳엔 그저 황학루만 남았구나

황학은 한번 떠나 돌아오지 않고 

흰 구름만 천년 세월 유유히 흘러가는구나

맑은 강 또렷한 한수 북쪽의 나무들

향기로운 풀 우거진 앵무의 모래톱

날은 저무는데 내 고향은 어디메뇨

안개 자욱한 강가에 나그네 시름겹구나"

-최호 황학루

 

황학을 타고 떠난 도사의 전설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황학루에서 바라보는 맑고 시원한 경치를 묘사하면서 저물어 강가에 찾아오는 고향 정서를 덧보태서 마무리하고 있다.

시상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후대의 비평가들은 이 시를 칠언율시 최고의 시로 평가한다. 시를 들은 이백은 걸작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붓을 던지고 외쳤다.

 

"眼前有景道不得(안전유경도부득)하니

崔顥題詩在上頭(최호제시재상두)이니라"

"눈 앞에 이토록 멋진 경치를 두고도 시를 써낼 수 없으니 이는 최호의 시가 위쪽에 있기 때문이로다"

 

이백의 붓을 꺾은 이 일로 최호의 황학루 명성은 천하에 퍼졌다. 급기야 황학루 부석건물로 각필정까지 지어졌다. 각필정 앞에 최호의 황학루까지 새겨 놓았다. 여기서만큼은 이백의 명성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백에게 회심의 일격이 있었다.  천고의 명편 송별시, 황학루에서 양주로 가는 맹호연을 전송하며'라는 칠언절구가 황학루에서 탄생했다. 

 

 

 

<황학루에서 양주로 가는 맹호연을 전송하며>

 

"내 오랜 벗이 서쪽에서 황학루를 이별하고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삼월 양주로 가는구나

외로운 배 먼 그림자 푸른 하늘로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하늘 끝으로 흘러가는 장강의 물결뿐이어라"

-이백

 

이백이 양주로 가는 맹호연을 전송하면서 지은 이 시는 준수한 젊은 이백이 지어낸 그림처럼 아름다운 시이다. 호북 안륙에서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20대 후반의 이백은 그곳에서 멀지 않은 양양에 살고 있던 유명한 시인 맹호연을 알게 된다. 당시 신인 시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백에게 비해서 맹호연은 이미 천하가 인정하는 대 시인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양양 녹문산에 은거하면서 학문에 힘쓰던 맹호연은 한때 장안으로 가서 내노라는 시인들의 붓을 내려놓게 만든 대단한 시명을 떨치던 시인이었다.

 

어느 해 봄날, 맹호연은 강남의 명소인 양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강주성 중심에 위치한 양주는 대운하와 장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대운하를 따라 북방으로 가서 낙양 장안으로 갈 수도 있고 장강을 따라 서쪽 내륙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다. 장강과 운하를 이용한 남방의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양주는 거대한 물류도시와 상업도시가 되어서 천하의 재화가 모이게 된다. 경제력에 걸맞게 화려한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났고 이를 즐기려는 천하의 부호들과 풍류객들이 모여들었다. 관리들도 부유한 양주에 관리가 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네 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한 친구는 돈 많은 상인이 되고 싶어 했고 한 친구는 권세 있는 양주의 관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장수하는 신선이 되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 친구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나는 허리에 만금을 두르고 신선이 타는 학을 타고 양주로 가서 관리로 부임하겠소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서 비롯된 말이 양주로 날아가는 학이라는 뜻으로 양주학揚州鶴이다. 양주학揚州鶴은 부족함이 없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가리키기도 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망상을 뜻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든 당시 양주는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꿈의 도시였다. 맹호연의 여행 계획을 들은 이백은 전송한다는 구실로 호북성 동남단에 위치한 무한까지 따라가서 함께 노닐었다. 무한 장강변에 세워진 유서 깊은 누각 황학루에서 맹호연을 전송한다.

계절은 봄꽃이 피는 춘삼월, 달빛에 취해서 꽃에 취해서 벼슬도 임금도 잊고 사는 풍류남 맹호연은 가장 아름다운 달이 뜬다는 양주로 흥분과  설렘을 안고 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풍류가객과 절세가인들이 넘쳐나는 강남 양주로 가는 벗에 대한 한 없는 부러움이 '연화삼월하양주' 구절에 가득 담겨 있다. 함께 가면 얼마나 좋으랴, 이제 벗은 배를 타고 황학루를 떠났다. 하지만 이백은 떠나지 못하고 맹호연이 탄 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배가 푸른 하늘로 사라져 소실될 때까지 이백은 황학루 난간에 기대어서 그대로 서 있었다. 마침내 하늘 끝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이백은 스스로 장강의 물결이 되어서 맹호연을 따라 양주로 간다. 맹호연이 탄 배의 뱃전을 두들기는 물결에 담긴 이백의 정회가 얼마나 가슴 벅차게 하는가, 강물 되어 뱃전에 부딪히는 벗의 마음 물결에 맹호연은 얼마나 감동하며 행복해 했을까, 멀리 서쪽 황학루를 스쳐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백의 노랫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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