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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지식

김성곤의 중국 한시 기행, 사천성 성도, 천년의 사향가

by 소시민스토리 2024.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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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의 중국 한시 기행, 사천성 성도, 천년의 사향가 

하늘의 창고로 불리는 풍요로운 도시 사천성의 중심 도시, 성도는 중국 서남지구 사천분지 서북 성도 평원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지세가 평평하고 물줄기가 흘러서 농업이 발달하고 물산이 풍부하여 예로부터 하늘의 창고로 불렸다. 성도는 유서깊은 역사 문화 도시이다. 

 

성도成都는 도성을 이루다는 뜻이다. 어진 정치가 베풀어져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도시라는 뜻이다. 역대 7개 왕조가 수도로 정했고 당나라 이후 공상업이 크게 발달해서 장강 하류의 양주와 함께 최고의 상업 도시가 됐다. 진나라 최고 수리공정인 도강언, 제갈량을 모신 무후사, 시성 두보가 살았던 두보초당 등 수 많은 명승고적이 있어서 성도는 언제나 붐빈다.

 

성도에서 북동쪽으로 150km 떨어진 강유시 천련진에는 이백의 고향 집 농서원이 있다. 당나라 서쪽 변방 쇄엽성에서 태어나 살던 이백은 5살 전후에 아버지 이객을 따라서 이곳으로 와서 25세 때까지 살았다.

25세에 고향을 떠나 61세로 세상을 등질때까지 그리워했지만 한 번도 돌아오지 못한 고향집이었다. 

 

<정야사>

"침상 머리 밝은 달빛

땅에 서리가 내렸나 했네

고개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언어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한 짧은 시는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읊는 시이다. 

 

25세의 나이로 이백은 아버지의 후원으로 만관의 거금을 들고 중원으로 벼슬길을 찾아나선다. 양주에서 아무런 성과없이 큰 돈을 2년 만에 탕진했다. 돈이 떨어지자 벗들도 떠나갔고 병들어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어느날 밤 몸이 아파 누워있었는데 자신의 이마를 어루만지는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 밝은 달빛이 온 방을 가득 비추고 있을 뿐이다. 고향의 어머니가 달빛으로 온 것을 직감한다.  마당으로 나가보니 달빛은 온 세상을 비추고 있었고 이백은 하염없이 달을 처다보다가 머리를 떨구웠다. 고향집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으로 한동안 흐느끼다 <정야사>를 읆었다. 

 

달빛으로 찾아온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백은 병든 몸을 다시 일으켜 푸른 꿈을 향해 나간다. 호북성에 안육의 재상 가문의 허씨 처녀와 결혼한다. 아내 허씨와 푸른산 벽산으로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년의 세월이 흐르고 성과가 없으니 주변 사람들의 염려와 무시가 시작되었다. 

 

 

<산중문답> 산중에서 묻고 답하다

"내게 묻길 무슨 일로 푸른 산에 사냐하네

웃으며 답 안 해도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복사꽃 물길 흘러 아득히 떠나가니

하늘땅 새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어라"

 

답하지 않아도 마음이 한가롭다는 것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세속인들의 저열한 평가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이 왜 이러고 사냐" 고 묻는 속인은 빙그레 웃는 이백의 모습에 오기를 부리며 답을 듣고 가겠다고 한다. 이백은 손을 들어 집앞에 흘러가는 시냇물을 가르키면서 답 아닌 답을 한다.

"복사꽃 아득히 흘러가는 저 시냇물을 좀 보시오"

 

 

 

복사꽃 꽃물결은 중국의 전통적인 이상향 도화원을 암시한다.

옛날 무릉의 한 어부가 고기잡이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어 한 참을 헤멨다. 복사꽃이 무더기로 떠 내려오는 신비한 물줄기를 만나게 되었다. 이상함을 느낀 어부는 물줄기를 따라가서 조그만 동굴을 발견한다. 

안쪽을 바라보니 희미한 불빛이 보이자 배를 버려두고 동굴로 들어갔는데 동굴 너머에는 수백년전 진시황의 폭정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 평화롭고 풍족한 이상사회가 펼져져 있었다. 무릉도원이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나온 이 문구, 복사꽃의 물결은 이상향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이곳은 또 다른 하늘과 땅이 있는 곳

당신의 속세와는 다른 곳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속한 속세의 관점이나 견해를 가지고 

다른 세상에 속한 나를 판단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나를 비난하지도 , 동정하지도 마십시오

이 새로운 세상에서 사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도연명의 도화원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벽산이 궁핍한 산골마을이겠지만 이백에게는 벽산은 자신의 꿈을 빚어내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남들 눈에는 할일 없이 시간이나 축 내는 건달로 보였겠지만 이백은 지금 벽산에서 온 세상을 덮을 큰 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백의 집앞을 지나서 아득히 흘러가는 복사꽃 물결의 의미를 다른 차원으로 해석해보면 꿈을 해석해 볼 수 있다. 복사꽃 물결은 이백의 시문학으로 이해해야한다. 온 세상을 자신의 시의 물결로 덮어버리겠다는 큰 꿈이다. 벽산은 이백의 시의 물결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되었다.

'복사꽃 물결, 나의 시의 물결이 닿는 곳에는 다른 하늘과 땅이 열리리니 그곳은 더 이상 옛날 세상이 아닐 것이다'라고 번역할 수 있다. 

 

훗날 이백의 시는 천지에 가득 차게 되었으며 새로운 감동의 세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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