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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지식

알싸한 암모니아 향이 코를 찌르는 홍어

by 소시민스토리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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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암모니아 향이 코를 찌르는  홍어

홍어는 단독생활을 하거나 소규모로 집단생활을 한다. 홍어를 흑산도의 특산물로만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흑산도부터 최북단 대청도까지 서해안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해 일부와  동해안의 울릉도와 독도해역에서도 서식하고 있다. 홍어는 수백만 년 전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고대 생명체가 춤을 추듯 우아하게 유영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수중 수십 미터의 깊은 바닷속에서 생활하는 데다가 먹이를 잡기 위해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회유성 어종인 홍어는 서해안 전지역에 퍼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흑산도 앞바다로 모여든다.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고 맛이 들어설 때이다. 홍어는 그 생김새만큼이나 독특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번식 방법이 특별하다. 대개 물고기들은 한 번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 알을 방사한다. 하지만 홍어는 난각이라 불리는 알집을 낳아 바위나 수초에 단단하게 고정한다. 

 

홍어 난각

 

참홍어는 암컷이 알집인 난각을 놓는 홍어 체반쪽 기준을 보면 65.8cm가 돼야만 산란을 할 수 있는 어른이라 할 수 있다. 연령으로 4세 정도이다. 알집을 10일 간격으로 2개씩 낳는다. 난각은 홍어가 낳은 달걀인 셈이다.

홍어 치어는 단단한 껍질 속에서 태어난다. 어떠한 위협도 없는 그 속에서 난황으로 양분을 공급받으며 안전하게 자란다. 홍어새끼들이 난각 속에서 지내는 기간은 무척이나 길다. 대개는 여섯 달 또는 아홉 달을 기다리며 난각 속에 머무른다. 

자신의 힘으로 먹이를 구할수 있을 때쯤 홍어 새끼들은 드디어 난각을 벗고 세상으로 나온다. 

 

알싸한 암모니아 향이 코를 찌르는 홍어맛에 인기가 급상승하여 최근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8할 이상이 수입산 홍어이다. 수입산 홍어는 냉동상태로 국내로 반입되며 포획하는 지역과 방법이 달라서 국내산 홍어와는 큰 차이가 있다. 걸낙으로 잡는 국내산 홍어 위장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그물로 잡아 급속냉동시킨 수입산 홍어의 뱃속에 아직 소화되지 않는 내용물이 담겨 있다. 흑산도 홍어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숙성을 시킨다. 흑산도 홍어는 싱싱해서 내장을 제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산 홍어는 보관을 잘못하면 홍어는 삭여지는데 내장은 썩어 버린다. 수입산 홍어도 흑산도 홍어처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숙성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 연구서는 '자산어보'이다. 정약전이 흑산도 인근에서 150여 종의 물고기를 관찰해서 남긴 기록이다. 흑산도 앞바다는 수산 자원이 풍부한 곳이었고 예나 지금이나 홍어가 가장 인기가 있다. 

흑산도 내에서도 어업이 주로 발달했던 마을이 있었다. 태도 일대가 홍어잡이에 가장 유리했던 해역으로 불리고 있다. 홍어는 사료에서 보면 '분어'라고 많이 이야기하고 '가오리'라고도 한다. 한자로 기록을 보면 넓은 바다를 의미하는 한자를 쓴다. 넓은 홍洪, 물고기어魚를 써서 '큰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라고 하여 홍어라고 한다. 흑산도내에서 큰 바다에 해당되는 태도(태사도)에서 홍도로 연결되는 먼바다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어는 동지가 지나서 잡히기 시작하고 입춘 전, 후에 살이 찌고 맛이 있어 어업 활동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홍어장수 문순득은 1802년 홍어를 구하러 바다를 건너다가 풍랑을 만나 아시아 이곳저곳을 표류하다 3년 만에 귀향했다. 마침 이웃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정약전을 통해 기록으로 남긴 책이 '표해시말漂海始末'이었다. 문순득은 우이도 주민이었고 홍어를 흑산도에서 구해다가 육지에 내다 파는 일을 했다. 일년 내내 배를 타고 다니면서 흑산도, 태도에서 홍어를 구해다가 육지에 나가서 섬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생계를 유지하는 중간 무역을 했다. 1800년대 기록에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조선 후기에는 중간 무역이 굉장히 활성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약전은 유배시절 '자산어보'라는 물고기 백과사전을 쓰면서 한자식 표현과 신안 사람들, 흑산도 사람들이 썼던 방언식 표현을 한자로 기록으로 남겼다. '표해시말' 첫머리에는 홍어가 순우리말로 '무럼'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무럼'은 물려서 (삭혀서) 먹는다는 의미의 사투리였다. 

 

 


"목포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 목 축이고

아흔아홉 구비 영산강을 

노 저으면서 올리가는디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차

순풍아 불어다오

이놈의 노 젓기 좀 잠시라도 쉬어가게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차

 

비야 비야 그쳐다오

강길이 범람하여 

강인지 논인지가 

천지사방 물이로세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차

 

노 젓기가 힘들어도 

이 강만 넘어가면 

홍어 팔고 쌀 생기네

고맙구나 고맙구나

홍어야 고맙구나

삭아도 상품되는 홍어

홍어 너는 효자로다"

 

 

 

흑산도 홍어는 영산강을 거슬러 인근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영산포로 흘러들었다. 작은 돛단배 풍선으로는 사나흘이 소요되는 먼 길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홍어는 저절로 발효가 되었고 삭혀먹는 홍어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영산강 하구언이 건설되면서 바다와 연결됐던 뱃길이 끊어졌고 도시의 영광은 빛이 바랬다. 

홍어 마니아들이 뽑는 가장 맛있는 부위는 코 부위지만 소량이다. 다음 맛있는 부위는 날개, 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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