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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지식

김홍도가 사랑한 조선의 동식물

by 소시민스토리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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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사랑한 조선의 동식물

옛사람들은 동식물 그림을 '화훼영모花卉翎毛'로 불렀다. 꽃 화花, 풀 훼卉, 깃 영翎, 털 모毛를 써서 꽃과 풀, 날짐승과 길짐승 뜻이다.

서양에서는 동식물은 대개 인물화의 부수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 옛사람들은 당당히 주인공으로 그려냈다. 

 

 

<송하맹호도> 김홍도作

 

한국인들의 호랑이 사랑은 지극하다. 두렵기도 한 존재였던 호랑이를 정월 초하루에 그려서 대문에 붙였다. 

'호축삼재虎逐三災'라고 불렀다. 호랑이가 전쟁, 기근, 역병 세 가지 재앙을 물리친다' 라는 뜻이다.

호랑이 그림은 털 짐승 중에 가장 그리기가 어렵다. 조선 500백년 역사에서 호랑이 그림의 일인자는 단원 김홍도일 것이다. 

 

용맹함을 그렸다. 당장 비단 화폭을 뚫고 앞으로 뛰쳐 나올 것은 기운을 옛사람들은 "기운생동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그림을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은 '기운생동氣韻生動' 이다.

소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용맹한 호랑이가 있어도 소나무 한 그루 우렁차게 그려줘야 호랑이의 용맹함이 배가 된다.  소나무는 김홍도가 그린 것이 아니다. 표암 화송은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이 소나무를 그리다'는 뜻이다. 스승과 제자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조선 후기 문화 절정기에 뛰어난 화가들의 협업으로 좋은 작품이 탄생했다. 

 

 

<죽하맹호도>김홍도作

 

<송하맹호도>와 <죽하맹호도>를 좌우로 뒤집으면 똑같이 생겼다. 옛 화가들은 잘 그려진 밑그림을 여러 그림에 활용했다. 대나무 그림이 풍성하다.  대나무 그림은 수월헌 임희지가 그렸다. 임희지(1765~?)는 조선후기 역관(통역관) 출신의 화가이다. 이 시절부터 역관들이 예술을 노닐게 된다. 역관들은 중국에 통역하러 가서 상업에도 종사하게 되면서 부를 많이 쌓게 된다. 여유가 생기면서 붓을 잡기 시작한다. 선비들 못지 않게 대나무 표현이 아주 멋지다. 김홍도는 호랑이를 세심한 붓질로 촘촘하게 담아냈다. 호랑이가 지금 당장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한 기운생동이 넘친다. 

 

 

<모구양자> 김홍도作

 

이 그림은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개의 따스한 눈빛이 그림에 따뜻하게 녹아있다. 오른쪽 새끼 강아지는 점박이, 왼쪽은 흰둥이로 그려져 있다. 흰둥이는 얼굴을 그리지 않고 뒤태만 그렸다. 회화의 주요 원칙 '다 그리면 재미없다'에 충실하다. 넓은 여백에 김홍도의 친구 시문이 등장한다. 기원 유한지(1760~1834)는 조선 후기 문인 겸 서예가이다. 김홍도 작품의 많은 화제畵題를 남겼다. 

 

"각자의 의중을 알아보니

도리어 사자의 외침을 이루겠구나"

 

저 강아지들이 훗날 훌륭한 개로 자라날 것이라고 그림에 읊었고 왼쪽에 단원이라고 쓴 글씨도 유한지의 글씨이다. 옛 그림들은 한 폭의 그림에 시문이 어우러졌다.

 

<치희조춘>김홍도作

 

꿩 한 쌍이다. 새는 두 마리 그린다. 오른쪽이 장끼(꿩의 수컷), 왼쪽이 까투리(꿩의 암컷)이며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훨씬 화려하고 자태가 우아하다. 

장끼는 저 멀리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데 까투리는 자신의 깃털을 다듬고 있다. 김홍도가 새의 형태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국추비순> 김홍도作

 

메추리가 세 마리가 있다. 수컷, 암컷,새끼일 것이다. 동식물 그림에서 주인공 새가 등장하면 두 번째 새는 대개 그리지 않는 법인데 위에 새 한쌍이 정답게 지저귀고 있다.  '꼬까박새'라는 새이다. 꼬까박새가 앉아있는 나무가 쪽동백나무이다. 

동식물 그림을 통해서 옛사람들이 사랑했던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메추리 뒤에 꽃이 보인다. 왼쪽에 푸른색은 달개비 꽃이고 뒤에 있는 것은 구절초이다. 한 폭안에 참으로 다채로운 동식물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유한지가 읊었다.

 

"쓸쓸한 가을바람에

백 조각으로 의복을 기워 입었다"

 

옛 사람들이 메추리를 그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추리가 꿩이나 다른 새에 비해서 깃털이 얼룩덜룩하다. 얼룩덜룩한 털을 보고 검소한 선비가 여러 조각으로 옷을 기워 입은 것을 떠올렸다. 메추리를 그린 이유는 검소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황묘농접> 김홍도作

 

아름다운 봄날 풀밭에 고양이와 나비 한 마리가 놀고 있다. 고양이는 한자로 교양이 묘猫라고 부른다. 한자에는 70세 노인 모耄가 있다. 우리 발음은 묘와 모가 다르다. 하지만 중국어 발음은 '마오'로 같다. 중국인들에게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뜻한다. 

나비는 한자로 나비 접蝶을 쓴다. 80세 노인 질耊자가 있다. 우리 발음에는 접과 질이 다르다. 중국어 발음은 '띠에'로 둘이 같다. 중국에서 나비는 80세 노인을 상징한다. 

패랭이 꽃의 꽃말은 '청춘'이다. 바위의 상징은 오래오래 변치 않고 사는 것이다. 이 그림은 김홍도가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 선물로 그려 준 그림이다. 

 

 

<하화청정> 김홍도作

 

연꽃을 그렸다. 연꽃은 불교의 중요한 상징이며 선비들도 연꽃을 사랑했다. 진흙에서 꽃을 피우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꽃이 연꽃이다. 옛 선비들은 연꽃을 보고 군자를 떠올렸다. 

아름다운 연 밭에 활짝 핀 연꽃은 한송이다. 문화 절정기 그림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과도하게 그리지 않는다.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있고 꽃 잎이 다 떨어지고 연밥이 남았다. 꽃봉오리, 만개, 연밥이고 사람으로 이야기한다면 초년, 중년, 노년으로 보인다. 만개한 꽃 뒤에 연잎이 접혀있다. 연입은 말린 상태에서 쭉 길어진다. 그러다가 다 자라면 활짝 펴진다. 마지막은 잎의 끝이 거묵거묵해지면서 시들어간다. 연잎의 초년, 중년, 노년을 다 담았다. 김홍도는 연꽃과 연잎의 일생을 사생해서 아름답게 모아 그린 그림이다. 

홍련의 그윽한 향기가 그림 밖으로 나온다. 

 

 

<해탐노화> 김홍도作

 

게 그림이다. 게, 가재, 새우를 등딱지를 두른 애들이라고 해서 '갑각류'라고 부른다. 등딱지 갑甲의 첫 번째 뜻은 일등이라는 뜻이 있다. 이등은 을乙이고 삼등은 병丙이다.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은 두 번 봤다. 소과와 대과로 일 등급을 '갑과'라고 불렀다. 

※갑과甲科는 조선시대 과거의 성적 등급 중 첫째 등급으로 우수한 성적의 3명이 '갑과'로 선정된다. 

그래서 게 두 마리를 그린 것은 이번 과거 시험에서 소과와 대과를 모두 갑과로 합격하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게들이 잡고 있는 것은 갈대꽃이다. 한자 갈대 로蘆이다. 전로傳蘆. 전려傳臚는 과거 합격자들을 알리는 단어이다. 우리말에는 전로, 전려가 발음이 다르다. 중국의 발음은 똑같다. 갈대꽃을 잡고 있는 것은 갑과로 합격한 것을 알려준다는 뜻이다. 게 그림은 조선시대 많이 그려졌다. 김홍도는 이 그림에서 자신의 솜씨를 자랑했다.

 

"바다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옆으로 걷는다"

 

용왕님이 계신 곳에서는 똑바로 걸어야 하는데 게는 똑바로 걸을 수가 없다. 김홍도의 익살이다. 

 

김홍도의 도석화道釋畵

 

김홍도의 도석화道釋畵

김홍도의 도석화道釋畵도석화道釋畵의 '도道'는 도교의 '도'이며 석釋은 '석가모니'의 석이다. 도교와 불교 그림을 같이 뭉뚱그려 본 것이다. 조선은 유교사회로 도교와 불교는 배척되는 느낌이

bringbac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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