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 주택복권
새해가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은 헬스장, 점집, 복권방이다. 주택복권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기 발행형 복권이었다. 1969년부터 2006년까지 37년 동안 발행되었다. 한국주택은행이 발행해서 '주택복권'으로 불렸고 복권에 당첨되면 돈을 주었다.
첫 발행 당시의 주택 복권 가격은 100원이었다. 1등 당첨금은 300만 원이었다. 당시 서민 주택 가격이 200만 원 정도였으니 1등 당첨되면 내 집 마련하고도 남을 거금이었다.
1회 주택복권 당첨자는 청량리 시장 내에 과자가계를 운영하던 허모 씨에게 돌아갔다.
1969년 탄생한 주택복권은 처음에는 안 팔려서 골칫거리였다. 처음에 복권이 발행됐을 때는 이런 개념이 없어서 복권 존재조차 몰랐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복권을 들고 다니면서 팔러 다녔다. 작은 돈으로 큰 공돈을 얻는 것이 낯설어 인기가 없었다.
나중에 복권판매 방법을 바꾸게 된다. "집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로고를 바꾸면서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하여 주택복권을 삽시다'라고 하였더니 그제야 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 서울 강동구 암사동 '복권 아파트'가 탄생했다. 주택복권 판매 기금 1억원으로 만든 아파트 단지였다. 무주택자인 군경 가족, 독립유공자, 영세민에게 거주지를 제공한 서민주택이었다.
복권을 판매할 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말이 나올때마다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건립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실제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파트가 만들어지니까 사람들은 진짜구나 하면서 복권을 매주 사기 시작했다.
주택복권은 매주 다른 테마, 다른 도안으로 복권을 수집하는 사람도 많았다. 복권을 우표수집하듯이 매주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테마 시리즈가 있어서 알록달록 디자인이 다 달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는 올림픽 복권을 수집했다.
어떤 사람은 37년간 복권을 한번도 빠짐없이 수집하여 방송에 출현하기도 했다.
복권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1회부터 300회까지 복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냉장고, TV 등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도 했다.
주택복권하면 떠오르는 멘트 '준비하시고 쏘세요'는 10.26사태 때문에 한때 금지한 적이 있었다.
주택복권 추첨 방식은 1969년 도입 초기부터 다트 쏘기 형식을 도입했는데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표현에서 10.26 사태 때 박정희 대통령 저격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폐지가 된 적이 있었다. 이후 약 160회 정도 공추출식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다트를 쏘게 되더라도 멘트는 '하나, 둘, 셋' 외친 후에 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트 쏘기와 멘트가 다시 돌아왔다.
조선후기 우리나라 복권의 시초, 산통계(算筒契)가 있었다. 산통계는 알을 통 속에 넣고 돌리다 빠져나온 알로 당첨자를 선정하였다. 나중에는 막대기에 계주이름이나 번호를 써서 통에 넣고 뽑았다. 계가 잘 유지돼다가 계주가 돈을 들고 잠적해 버리면 난리가 났다. 산통이 깨진다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된 말로 잘 되어 가다가 일이 뒤틀린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다.
주택복권 1회 방송을 앞두고 복권부 직원들은 고민이 많았다. 시각적이고 현장감있는 추첨방식을 보여주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길거리에서 과녁을 맞히는 게임을 발견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서 복권 추첨기를 만들었고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말을 유행시킨 사람은 故송해 선생님이었다.
1970~1972년, 2년 동안 TV쑈를 진행했는데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서 대유행이 되었다.
화살을 직접 쏘는 방식이다보니 실제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한 사건도 있었다.
과녁을 못 맞추거나 옆으로 화살이 날아가거나 숫자와 숫자사이의 선에 맞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느 쪽으로 치우쳤냐에 따라서 복권 구입자들의 운이 뒤바뀌자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주택복권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기가 차차 시들해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2년에 숫자 맞추는 로또 복권이 등장하면서 시들해졌다. 로또 판매량은 어마어마했다. 또한 로또복권은 복권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첨금이 누적되어 금액이 매주 달라져서 인기가 더 있었다. 주택복권은 2004년에 한 장에 1000원, 1등 당첨금 5억 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인기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다.
2006년 4월 37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발행이 중단됐고 마지막 1등 당첨금은 5억원으로 기록되었다.
주택복권은 최초의 복권은 아니다. 1947년 최초의 복권은 런던 올림픽 노잣돈을 위해 만들어졌다.
1948년 무더운 여름, 영국에서 런던 올림픽이 열렸다.우리나라는 50여 명의 선수단이 파견되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이었고 선수들이 태극기를 달고 처음 출전하였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코리아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음을 알릴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다. 런던까지 파견 비용이 2억 원에 달했다. 당시 소고기 한 근 값은 260원 정도였다.
정부는 노잣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1947년 12월에 올림픽 후원권이라는 복권을 발행했다. 돈을 마련해서 배와 기차, 비행기를 갈아타고 20일만에 런던에 도착하였고 처음으로 동메달 두 개를 따면서 '코리아'를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
복권 1등에 당첨됐을 때 행동 요령
1. 복권 뒷면에 서명을 한다.(이름, 생년월일 등 간단한 인적사항 포함)
서명은 분실이나 갈취 등 소유격 분쟁 발생 시 중요한 법적 근거로 활용된다.
2. 월요일 아침 ,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농협 본점으로 태연하게 간다.
당첨금은 복권 등수에 따라 수령방법이 달라진다. 4,5등은 복권판매점에서 수령하고 2,3등은 농협은행 전 지점에서 수령가능하다. 1등 당첨은 농협은행 본점으로 가야 한다. 3등 이상부터는 신분증 지참이 필수이다.
당첨금은 불로소득이어서 3억 이상의 당첨금은 33% 세금을 내야된다.
<복권 수령 장소>
4~5등 당첨 | 복권판매점에서 수령 |
2~3등 당첨 | 농협은행 전 지점 (신분증 지참) |
1등 당첨 | 농협은행 본점(신분증 지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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