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스라엘과 숫자 40의 의미
구약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이스라엘을 알아야 한다. 현대 이스라엘의 면적은 20,770㎢이며 전라남도 면적 12,348㎢, 전라북도 면적 8,070㎢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두 지역을 합치면 지금 이스라엘의 요르단 서편까지 포함한 면적과 비슷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이스라엘의 영토는 구약시대 때, 고대 이스라엘의 영토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작은 이스라엘은 주위의 많은 민족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이집트는 언제나 팔레스티나가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국가에 둘러싸인 작은 규모의 이스라엘이 자신의 독자적인 어떤 것, 외부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생존한다는 것은 역사에서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훨씬 작은 나라였다.
이스라엘은 고대 근동 세계의 후발주자였다.
이스라엘은 기원전 1천 년 대에 건국되었다. 고대 근동에 수많은 민족과 나라가 있는데 이스라엘을 후발주자였다. 고대근동 세계의 지정학적 요충지의 약소국이었다. 서쪽에는 이집트라는 거대한 세력이 있고 동쪽에는 메소포타미아, 아시리아, 바빌로니아라는 거대한 세력이 있었다. 그 사이에 지정학적인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은 고대근동 세계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근대성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벨하우젠', 창세기 주석으로 유명한 '클라우스 베스터만'학자는 'Tradition, 전승'이라는 오래된 용어를 썼다.
"이스라엘은 고대근동의 언어적, 문화적, 신화적, 전승 안에 그 전승을 공유하는 나라"
-벨하우젠(J. Wellhausen), 베스터만(C. Westermann)
전승을 공유한다는 뜻은 전승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전승을 자신 나름대로 독특하게 해석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전승을 만든 나라이다. 예를 들면 숫자 40은 고대근동 세계의 완전수였다. 고대근동 문헌을 보면 '40년 동안 뭘 했다'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동서남북, 사방을 얘기하는 것이 '4'였고 완전수 10을 곱해서 '40'이라는 숫자는 어떤 문화적인 단위나 어떤 시기가 딱 떨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40'이라는 숫자를 많이 사용했다.
창세기 태초의 홍수도 40일 동안 일어났고 야곱이 죽었을 때 시체 방부 처리도 40일 걸렸고 골리앗이 이스라엘군과 40일 대치했다. 엘리야가 호렙산까지 40일 동안 소요됐고 예언자 요나는 40일 후에 니네베가 무너진다고 예언했다. 신명기를 기록한 날짜는 이집트를 탈출하고부터 40년 째이다. 모세가 계약판 받기 전 산에 머무른 기간은 40일이다. 40년은 인간에게 주어진 완전한 시간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을 보냈고 다윗과 솔로몬 모두 '40년씩'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40'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자주 나오고 신약성경까지 이어진다.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단식한 기간도 40일이다. 부활하고 승천할 때까지도 40일이 걸렸다. 어떤 숫자가 가진 고유한 의미 체계가 있다. 40일이 완전한 시간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을 단식했다는 것은 필요한 기간만큼 온전히 광야에서 모든 시간을 다 채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근동 세계에서 온 완전한 숫자 40
완전한 숫자 40은 고대근동 세계에서 왔다. 고대근동 세계의 전승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40년이라는 숫자 자체의 기원은 고대근동 세계의 전승이다.
불트만(R.Bultmann) 학자는 '탈신화'와 '재신화'로 이해했다. 고대근동 세계의 달신은 신이 아니라며 탈신화한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신앙 안으로 재신화시켜 버린다.
고대근동 세계의 달신은 '큰 신'이라는 의미가 있었는데 신이라는 의미를 탈신화시켜서 '피조물인 것이다'라고 하면서 자기들의 신앙 안으로 가지고 들여왔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독특한 믿음의 체계가 있다. 다른 민족에게 있었던 모티프가 가진 신화적 의미를 탈각시켜서 자기 신앙의 모티프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재해석을 한다는 의미이다. 전승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현상을 오토 카이저(O. Kaiser) 학자는 '토착화'로 이해했다.
고대근동세계의 어떤 공통적인 모티프가 있다. 예를 들어 창조, 달신, 가시 등이 있다면 이것들은 각 민족마다 고유하게 토착화되고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나름대로 야훼 신앙으로 이 개념을 토착화했다'라고 표현했다. 지역별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시리아-팔레스티나, 우가릿 등에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개념으로 서로 각자 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착화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이스라엘의 고유한 신앙, 언어, 역사를 잘 알아야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 토착했는지 알 수 있다.
다니엘 슈베머는 독일 전체의 고대 근동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통의 신화적 모티프가 존재하지만
고대 근동 세계의 나라와 민족은 조금씩 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화를 미시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면,
창조신화가 다 똑같지 않고 저마다 독특함이 있다"
-슈메버 (D.Schwemer)
비슷한 신화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사실은 각 민족이나 도시들이 각자의 신학을 하는 것이다. 비슷한 모티프를 통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각자의 민족들이 가진 신학에 접근할 수 있다.
미국 학자 '스미스'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고대근동 신화의 용어를 우가릿, 이스라엘,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의 신학자, 현자, 신관 등이 '재사용(reuse)' 했다"
-스미스(M.Smith)
고대근동신화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신학자들이 도시나 시대별로 각자 다른 식으로 재사용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 루터교 목사 맥컬리 학자는 이런 논의들을 종합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고대 히브리인들이 마치 다양한 신화론적 이야기를
쌓아 놓은 창고 같은 것을 지니고 있어서
그곳으로부터...
표상들을 끌어내서 구체적인 역사에 적응하는 것 같다"
-맥컬리 (F.R. McCurley)
고대 히브리인들의 고대근동 신화는 거대한 창고나 은행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이 역사에서 야훼 하느님에 대해 성찰을 했던가 어떤 것을 느끼고 체험했을 때 표현하는 언어를 신화적 언어에서 빌려 썼다. 비슷한 신화 요소를 사용했지만 각자의 민족들은 다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주원준의 <성경과 고대의 신화>를 공부하고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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