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통조림
인류가 통조림을 먹기 시작한 역사는 18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격적인 통조림의 등장은 나폴레옹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795년, 프랑스 정부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군인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금을 걸고 "음식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공모했다. 그때 프랑스의 요리사이자 제과업자였던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가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음식을 유리병에 담고 밀봉한 후 끓는 물로 가열해 보존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방식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통조림의 원형이 되었다. 아페르는 1810년에 자신의 기술을 '모든 종류의 동물성과 식물성 물질을 장기간 보존하는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같은 해, 영국에서는 또 다른 진전이 있었다. 피터 듀랜드(Peter Durand)는 유리병 대신 주석이 도금된 철제 캔을 이용한 보존 방법을 특허로 등록했다. 유리병보다 충격에 강하고 운송이 쉬운 금속 통조림은 군수용 식량으로 이상적이었다. 이후 이 기술은 빠르게 퍼져 나갔고, 1813년 영국 해군을 위해 세계 최초의 통조림 공장이 문을 열었다. 초창기의 통조림은 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제조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야외 활동이나 전쟁터에서 신선한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했다.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통조림 제조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통조림 하나를 여는 데 망치와 끌이 필요할 정도로 뚜껑이 두껍고 단단했지만 1855년에 스티븐 헌터(Steven Hunter)가 통조림 따개를 발명하면서 사용이 훨씬 편리해졌다. 이후 통조림은 군사용뿐만 아니라 민간용으로도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대규모 통조림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서부 개척시대와 철도 확장에 따라 장거리 이동과 장기 보관이 필수였던 만큼, 통조림 식품은 필수품이 되었다. 고기, 생선, 과일, 채소 등 다양한 품목들이 통조림으로 제작되어 먼 지역에서도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었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중에도 통조림은 병사들의 주요 식량으로 활약했으며, 전후에는 일반 가정에도 널리 퍼졌다.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는 통조림의 품질과 생산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저온 살균법과 자동화 생산라인이 도입되면서 통조림 식품의 맛과 영양을 보다 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가격도 대폭 낮아져 대중적으로 보급되었다. 또한 1차, 2차 세계대전 동안 통조림은 군수 식량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고 이때의 기술 혁신이 전후 민간 통조림 산업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가정용 통조림 식품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 종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통적인 고기와 채소뿐만 아니라 스프, 파스타, 디저트 심지어 완전조리 식품까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식품 안전성 기준도 강화되어 통조림 식품은 오랫동안 믿고 먹을 수 있는 저장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통조림은 여전히 중요한 식품 저장 방법 중 하나다. 냉장·냉동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조림은 긴 유통기한과 편리함 덕분에 재난 대비 식량, 캠핑, 군수용 식량, 긴급 구호용 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또한 현대의 통조림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을 활용해 맛과 품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
<통조림이 한국에 들어온 시기>
한국에 통조림이 처음 들어온 건 19세기 후반, 조선 말기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1880년대, 개항 이후 서양과 일본 문물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통조림도 함께 들어오게 되었다.
인천항(당시 제물포) 개항 이후 외국 상인들과 선교사들이 서구식 식료품을 가져오면서 통조림 식품이 처음으로 조선에 소개되었다.
당시 들어온 통조림은 주로 육류 통조림(콘비프)이나 과일 통조림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때는 일반 서민들이 먹기에는 너무 비쌌고, 주로 외국인이나 상류층, 혹은 군대(특히 일본군)에서 소비했다.
본격적으로 통조림이 대중화된 건 훨씬 나중에 일인데 한국전쟁(1950~1953)시기였다.
전쟁 중 미군이 공급한 전투식량(특히 스팸 같은 햄 통조림)이 한국에 대량으로 퍼지면서, 통조림이라는 게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인기를 끌자 이후 국내에서도 자체 생산을 시작하면서 통조림산업은 발전했다.
<한국 최초의 통조림>
한국 최초의 통조림은 일제강점기 시기에 등장했다. 1907년, 인천에 세워진 일본인 경영의 '조선통조림주식회사'가 본격적으로 통조림 생산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주로 해산물을 원료로 한 통조림을 제조했으며, 특히 '전복 통조림'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전복은 귀한 식재료였기에 고급 통조림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초기 한국 통조림 산업은 국내 소비보다는 일본과 해외 수출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제품 품질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인들이 직접 경영하는 통조림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40년대 후반, '삼양통조림'과 같은 회사들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국산 통조림 생산이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제조된 통조림은 주로 고등어, 꽁치, 전복, 과일류 등이었으며 한국 전쟁 이후 미군의 영향을 받아 스팸과 같은 육류 통조림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 최초의 통조림 제품은 전복 통조림이었지만 이후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확산되었다. 특히 1960~70년대 경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통조림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이때 등장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고등어 통조림과 꽁치 통조림이 있다. 이들은 값싸고 조리하기 쉬워 서민 식탁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한국 통조림의 역사는 단순히 식품 제조 기술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사회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초기에는 고급 수출품이었던 통조림이 점차 서민 대중 식품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다양한 가공 기술과 포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에는 수백 종의 통조림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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