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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지식

가슴 설레는 미팅의 역사

by 소시민스토리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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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설레는 미팅의 역사 

1980년대 중고교생들의 미팅 장소는 '빵집'이었다. 단팥빵과 우유를 시켜놓고 수줍은 눈빛을 주고받던 청춘이었다. 청년층에게 미팅의 장소는 '다방'이었다. 소지품 교환, 손가락 지목으로 파트너를 정하던 시절이었다. 

90년대는 별의별 미팅이 등장했다. 삐삐팅, 인터폰팅, 8분 스피드 미팅 등이 있었다. 

 

70년대 딸기밭에서 하는 '딸기팅'이 있었다. 경기권 수원 안양에서 유행한 미팅으로 다방이 많지 않았던 시절 일정한 돈을 내면 딸기(배, 복숭아, 포도)를 마음대로 따 먹고 5월 말 6월 초(딸기철)에 종일 밭에서 딸기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딸기를 한 바구니 따서 여성에게 건넸다. 

 

 

1950년대부터 빵집에서 미팅을 했다. 70~80년대는 마땅히 갈곳이 없었다. 빵집은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다. 단체 미팅을 할 때는 '소지품 선택'이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남자들이 보지 못하게 한 다음 여자의 소지품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남성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호감이 있으면 액세서리나 안경, 반지 등을 순식간에 스캔해 놓았다가 그 소지품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으면 선택하는 꼼수도 있었다.

'이 소지품 주인은 누굴까? 하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갑자기 약속을 잊어버렸다면 가기도 한다.

 

분식점에서 미팅을 하기도 했다. 당시 떡볶이 식당에 DJ가 있었는데 잘 생긴 오빠인지 아닌지가 미팅장소로 중요했다. 3번 테이블에서 떡볶이를 보내면 먼저 얼굴을 스캔하고 괜찮으면 떡볶이를 받지만 아니면 거절했다. 

 

 

성인이 되면 다방으로 미팅장소가 옮겨진다. 당시 커피솝마다 비엔나커피가 유행이었다. 비엔나커피는 가격이 비싼 편이었고 커피 위에는 달달한 거품이 올려져 있었다. 아이스크림, 생크림을 띄운 '비엔나커피'의 인기가 급상승했고 굉장히 고급스러운 커피였다. 모카브랜드, 브라질 산토스커피 등 어려운 이름이 많아서 원래 마셔봤어라고 보여주려고 미리 외우고 가곤 했다. 1970년대 비엔나커피 한잔 가격은 300원이었다. 

지금의 2만 원 정도 가격이다. 정말 각오하고 마음에 드는 여성과 잘 해보겠다는 굳은 결심이 서면 비엔나커피를 마시러 갔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는 '파르페'가 유행했다. 긴 유리컵에다 밑에는 열대과일 깔고 아이스크림 올리고 막대 과자와 토핑 올려주고 장식으로 우산을 꽂아줬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파르페 모양을 얼마나 더 예쁘게 해 주느냐, 과자를 더 언저 주느냐에 따라서 그 집으로 가곤 했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동시에 손가락으로 지목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과거에는 소지품을 선택하는 등 수동적이었다면 이때부터 적극적인 미팅방법으로 바뀐 것이다. 

몇명이 미팅을 나갈 때 킹카, 퀸카, 폭탄이 있었다. 킹카(king card), 퀸카(Queen card)는 외모가 뛰어난 남녀를 가리키고 폭탄은 제일 인기가 없는 사람이 된다. 킹카, 퀸카는 콩글리쉬로 한국에서만 쓰는 단어였다. 

하지만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가 되어 있다. 

미팅을 주선한 사람은 미리 폭탄제거반을 지정해서 미팅에 나선다. 만약 미팅 상대에 폭탄이 있다면 폭탄제거반이 맡는 것이다. 폭탄 전담한 사람에게 주선자는 보통 밥 한 끼를 사줬다. 

그밖에 에리카(엘리트 카드), 으악카(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 후지카(후지다는 뜻) 등 웃지 못할 명칭들을 갖다 붙이곤 했다. 

 

90년대에는 기술이 발달해서 미팅 방식도 다양하게 발전한다. 삐삐, 시티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삐삐 번호를 암호처럼 보냈다. 삐삐의 숫자 암호는 3207을 뒤집으면 LOVE로 보인다고 해서 LOVE가 되었다.

486은 사랑해(쓰는 획수 숫자), 1010235 열렬히 사모한다, 1177155404 I Miss You( 보고 싶다), 8282 빨리빨리였다. 

 

90년대 삐삐팅이 유행했다. 새롭고 신세계적인 미팅방법이었다.  삐삐에는 녹음되어 있는 (통화연결음처럼) 음악이 먼저 나왔다. 이걸 듣고 음악이 같은 취향인지 아닌지를 만나기 전에 결정할 수 있고 음악과 더불어서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었다. 미리 목소리를 들어보고 만날지 말지 결정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랑표현을 녹음해 두면 다른 이성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다. 

삐삐는 식당, 카페 등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진동벨'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삐삐를 만들던 기업이 고객호출기(진동벨)로 전환하면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영화 '접속'

 

PC통신으로 사랑을 전하기 시작했다. 90년대 PC가 도입이 되면서 남녀가 채팅으로 만나기 시작한다. 

영화 '접속'은 한석규, 전도연 주연으로 채팅을 통한 환상을 가지게 한 영화였다. 화면 너머 주인공이 한석규, 전도연이기를 바라며 채팅을 이어나갔다.

 

사랑편지를 주는 것이 멋져 보여서 인지 편지를 많이 썼다.

사랑편지 맨 위쪽에는 'To 그대에게'를 주로 쓰고 맨 밑에는 낮에 편지 썼으면서 '새벽 2시에 그대를 생각하며'라고 쓴다.

이별은 편지로 했다. '그만 만나자'라는 말을 구구절절 다른 멋진 말로 표현하며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을 해야 한다는 등' 이별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여성은 펑펑 울면서 마당에서 불로 태운다고 불 지피다 엄마에게 등짝을 맞고 눈물이 쏙 들어갔다. 문구점에는 예쁜 편지지가 수없이 많았고 예쁜 편지지를 고르느라 시간을 많이 쏟았었다. 낭만과 추억과 오글거림이 있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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