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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지식

신윤복, 길에서 만난 사람

by 소시민스토리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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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길에서 만난 사람 

 

<니승영기> 비구니가 기생을 맞이하다

 

버드나무 잎이 아직 파랗지 않은 것으로 보아 초봄이다. 그림에는 여인들만 있다. 세 명의 여인들은 모두 천민이지만 천민에게도 계급이 있다. 품 넓은 삿갓을 쓴 여인은 흰 장삼을 입고 있다. 비구니 스님이다.

장삼長衫은 길이가 길고 품과 소매가 넓은 승려의 겉옷이다. 

허리 숙이고 있는 비구니 스님 앞에 장옷을 뒤집어 쓰고서 뒤에 몸종을 데리고 불공을 드리러 가는 기녀가 그려져 있다. 치마를 왼쪽으로 돌려서 묶었다. 신윤복 화첩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인들은 치마를 왼쪽으로 돌려서 묶어 입었다. 이 여인이 기녀임을 치맛단 방향으로 드러난다. 조선 시대 주로 절을 찾아간 사람들 중에는 기녀가 많았다. 남자들이 절에 가는 것은 흔하지는 않았다. 조선 시대 봄날, 겨우내 기방에서 있던 기녀가 처음으로 불공드리러 길을 나선 모습이다. 

 

 

<노상탁발> 스님의 길거리 탁발 

 

오른쪽과 왼쪽에 두 무리가 등장한다. 오른쪽 잘 차려 입은 여인들은 사대부 여인은 아니다. 사대부 여인들은 떼를 지어 나들이하지 않는다. 기녀들이 무리 지어 나들이 간다. 

맨 왼쪽 사람은 머리에 승건을 쓰고 옆 사람은 패랭이를 썼다. 절에서 일하는 노비일 것이다. 북을 치는 사내는 머리에 모자를 쓰지 않았다. 스님이다. 그 아래 허리를 숙이고 고깔을 쓴 스님이 있다.  스님 두 명, 노비 두 명은 길을 막고서 길 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시주를 받아내는 장면이다. '탁발'이라고 불렀다. 길 막고서 악기를 두드려야 시주돈이 나왔으니 조선 시대 스님도 극한 직업이었다. 누군가 시주돈을 꺼내야 기녀들이 지나갈 수 있었다. 왕언니의 주머니가 열려야 했다. 가운데 여인이 치마를 올리고선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시줏돈을 꺼내는 모습이다. 장옷과 쓰개치마를 폭 뒤집어쓴 나머지 여인들은 먼산 보고 딴 데 보고 있다. 자기 돈내기 싫어서이다. 

 

<휴기답풍> 기생을 데리고 단풍놀이를 가다

 

기녀와 선비의 단출한 가을 단풍산행이다. 가마가 막 고개를 넘었다. 뒤에 가마꾼은 손에서 가마를 놓고 있다. 어깨에 가마끈을 감고 있어서 내리막길에는 가마에서 손을 놓았다. 머리에는 가을 단풍잎이 꽂여있다. 가을 바람이 쏴악 하고 불었다. 선비 갓 끈이 하늘하늘 허공에 춤을 추고 도포자락도 넘실댄다. 선비는 갓이 날아갈까 봐 갓을 잡고 있다. 기녀가 담뱃대를 떼고선 선비를 마주 보고 있다. 기녀와 선비가 대화중이다. 

가을 단풍 산행에 시구가 있다.

 

낙양洛陽

"서울에 멋쟁이는 얼마나 되는지"

 

 

<노중상봉> 길에서 서로 만나다

 

오른쪽 두 사람, 왼쪽 두 사람은 부부이다. 평민 부부가 장에 오가다 길에서 만난 모습이다. 오른쪽 부부는 남자는 머리에 패랭이를 썼고 여인은 아주 창 넓은 삿갓을 썼다. 남자는 담뱃대 길이로 신분이 나뉘었다. 남자는 곰방대를 물고 담배를 태우고 있다. 곰방대를 문 남자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부인을 앞으로 쓱 내미는 모습이다. 상대방 부부를 처음 만났고 부인을 소개해 주고 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부인은 삿갓을 벗지 않고 어색해하고 있다. 맞은편 남자는 이미 상대방 남자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부인은 삿갓을 벗었다. 

 

 

<주사거배> 술집에서 술잔을 들다

 

진달래가 마당에 피어있는 주막을 배경으로 그렸다. 조선 시대 모든 연령이 주막에 출입할 수는 없었다.

작은 주막안에 술기운으로 복작복작하다. 5명의 옷 잘 차려입은 남자들이 어느 누구도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에 올라가지 않고 마당에서 술잔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가운데 붉은 옷을 입은 남자는 무예별감이다

무예별감은 왕의 측근을 호위하던 무사들이다. 무예별감들이 거리에서 순찰을 돌다가 봄날 목을 축이러 잠깐 들렀다. 그래서 대청마루에 엉덩이를 깔고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선술집'이라 부른다. 주모 앞에 있는 세 명은 한 잔 더하자고 하고 뒤에 두 명은 얼른 가자라고 한다. 국자를 든 주모의 푸른 치마, 무예청 별감의 붉은 덜렁은 단청丹靑이다. 신윤복 그림의 특징은 단청의 조화이다. 오른쪽 털이 복슬복슬 난 선비는 흠모의 눈길로 주모를 쳐다보고 있다. 아쉬운 것은 주모의 눈길이 아주 쌀쌀맞다.

아름다운 시구가 있다. 건배사로 쓰기에 딱 좋다.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한다"

 

 

<청루소일> 기생집에서 세월 보내기

 

왼쪽 툇마루에 앉아있는 여인은 오른손에 악기를 잡고 있다. 생황이다. 기방안에서 작은 음악회가 펼쳐지고 있다. 툇마루는 한옥 건축의 특이한 공간이다. 방과 마당을 잇는 툇마루이다. 외출 나갔다 돌아오는 기녀 덕분에 호젓한 음악회가 중단된 상황이다. 생황 불던 기녀 얼굴에 안 좋은 기운이 가득하다. 반면에 방 안에 앉아있는 선비 얼굴을 붉게 달아올라있다. 외출 나갔다 돌아온 기녀는 자신이 음악회를 중단시킨 것을 알고 무안해서 머리를 긁적긁적하고 있다. 아니면 저 선비가 흠모하는 기녀는 외출 나갔다 돌아온 젊은 기녀일 지도 모른다. 

신윤복 조선 후기 의식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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