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학지식

청춘과 낭만의 하숙집 추억

by 소시민스토리 2024. 4. 28.
반응형

청춘과 낭만의 하숙집 추억

1980년대 보통사람들의 평균 월급은 한 달에 약 20만 원정도였다. 당시 하숙비는 2인 1실의 경우 1인당 월 11~12만 원 정도였다. 90년대 독방 기준은 월 45~50만 원정도였다. 당시 분식 쫄면 가격은 400~500원이었다. 하숙비가 만만치 않았고 하숙비 내려면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은 필수였다. 하숙비가 너무 비싸서 친구들끼리 모여 보증금 40만원에 월세 4~5만 원 정도 주고 월세방(사글세)으로 옮기기도 했다. 

 

친구 한 명이 자취를 하면 그 집은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어 우르르 몰려다니며 잠도 자고 술 먹고 놀기도 하고 청춘의 낭만 이야기에 밤이 새는 줄도 모르게 보내곤 했다. 

 

 

하숙집 들어가려고 경쟁할 정도로 하숙집 구하기가 힘들었다. 

새 봄과 함께 각 대학교 주변은 활기가 넘치지만 서울로 유학 온 지방 학생들의 걱정은 하숙집 구하기로 시작된다. 게시판과 전봇대에는 하숙집 전단지가 가득 찼다. 그 시절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 1 순위는 하숙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당첨보다 더 힘든 것이 '하숙방 구하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숙집을 구했거나 다른 하숙집으로 옮길 때면 선배는 어디서 빌려왔는지 수레를 끌고 와서 책과 옷보따리 등을 같이 날라다 주곤 했다. 수레에 짐을 싣고 가다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여학생 짐까지 실어서 같이 갔다.

하숙집이 밀집해 있던 거리에는 청춘과 낭만이 있었다. 은근 슬쩍 어느 하숙집에 잘생긴 학생들이 많다거나 예쁜 여학생들이 몰려있다거나 하면 괜히 그 앞을 지나서 하숙집으로 가곤 했다. 

 

 

하숙집의 인기 비결은 삼시세끼 나오는 밥과 반찬이며 엄마처럼 푸근한 하숙집 아주머니가 있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었는데 특히 여자 대학생들의 연애에 훈수를 많이 두셨다. 처음 지방에서 올라온 여학생들을 나름 단속을 하면서 남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시곤 했다. 밤늦게 귀가하면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밤늦게 귀가할 때면 무조건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왔다고 핑계를 댔다. 남자 친구와 술 마시다 들어왔는데 분명 하숙집 아줌마는 아셨을 것이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TV는 거실에 한 대 있어서 인기 드라마나 중요한 스포츠 경기를 할 때는 하숙집 학생들이 다 모여서 TV를 보면서 환호하고 응원하기도 했다. 하숙집은 신발이 가득했고 신발장이 부족해서 쌓아놓기도 했다. 

 

응답하라 1994, 남자셋 여자 셋은 하숙집이 배경이며 풋풋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다. 

 

 

하숙집을 구하기가 힘들었던 이유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학생들이 많았다. 

2020년~2023년 기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정시 합격자 10명 중 7명이 서울. 경기권 출신이다.

1980년대에는 서울대는 전체 55.3%, 연세대는 45.5%, 고려대는 53%. 이화여대, 숙명여대는 40%, 단국대(서울)는 70%가 지방학생이었다. 지방 학생은 늘어나는데 기숙사 수용률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방에 있는 부모는 자녀가 낯선 서울에서 하숙을 하면 밥을 먹을 수 있고 안전하므로 하숙을 시키려고 애를 썼다. 

많은 하숙집들 중에 인기 많은 하숙집은 일정 금액을 매달 예약금으로 걸어놓을 정도였다. 하숙집 공고는 대학가 게시판에 붙여 놓는다. 신학기 앞두고 하숙집 전단지가 공중전화박스, 전봇대 등에 빼곡했다.

인기 많은 하숙집에 누가 졸업하거나 입대하여 자리가 나면 그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떠난다. 

 

 

인기 많은 하숙집에는 잘생긴 하숙집 딸이나 아들이 있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음식 솜씨 좋은 하숙집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집이 제일 인기였고 학교와 거리가 가까우면 금상첨화였다. 80~90년대에는 하숙집이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였다. 

 

80년대에는 방이 없어서 하숙집을 구하기 힘들었다가 90년대 초반에는 하숙을 위한 기업형 하숙집이 등장했다. 기업형 하숙집은 10여 개 이상 방을 갖춘 주택으로 신축 혹은 개조한 하숙집이었다.

90년대 시중 물가가 상승하면서 하숙비도 상승했고 학생들은 하숙집을 떠나서 원룸이나 자취를 하게 된다.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원룸이 대세로 떠올랐고 2000년대에는 고시원이 생기면서 하숙집은 인기가 떨어졌고 그 시절 청춘과 낭만의 추억도 함께 사라져 갔다. 최근 고물가 시대가 되면서 다시 하숙집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반응형

'잡학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소전쟁의 서막  (0) 2024.05.02
괴뢰국 만주국  (0) 2024.04.29
혼. 분식을 장려하던 시대  (1) 2024.04.27
일왕이 처벌되지 않는 도쿄재판  (0) 2024.04.27
태평양전쟁 마무리, 항복문서에 사인하는 날  (2) 2024.04.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