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빵 역사
한국에서 '빵'이라는 음식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쌀과 보리, 조를 비롯한 곡물을 주식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서양식 빵과 같은 밀가루 기반의 음식은 상대적으로 생소했다. 하지만 빵의 형태를 한 음식을 최초로 받아들였던 시기와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변화와 외부 문화의 유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엿볼 수 있다.
<빵과 비슷했던 음식들>
엄밀히 말해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도 '빵'과 유사한 음식은 존재했다. 주로 곡물 가루를 반죽하여 구워내거나 찐 음식이 있었는데 이를 현대적 의미의 '빵'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원초적인 형태의 빵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불교 문화가 융성했던 고려 시대에는 절에서 먹는 단순한 밀가루 음식이 있었으며 국수, 만두, 찐빵 등의 밀가루 기반 음식이 발전했다. 이때 사용된 '증편(蒸餠)'이나 '병(餠)'류는 빵과 비슷한 발효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쌀이나 밀가루를 주재료로 삼은 전통식 음식이었고 서양식 베이커리로서의 빵은 아니었다.
<조선시대,밀가루 음식의 확산과 한계>
조선시대에도 밀은 귀한 곡물이었고 주로 제사나 큰 행사용 음식으로 쓰였다. 밀가루로 만든 '밀전병'이나 '밀병'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식사 빵이나 디저트용 빵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선 후기에는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밀가루를 활용한 만두와 찐빵이 더욱 퍼졌지만 이 역시 '빵'이라기보다는 밀가루로 만든 별미에 가까웠다.
특히, 조선은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쌀이 주식이었고 밀은 기후적 특성상 대량 재배가 힘들었다. 따라서 밀가루는 귀했고 빵이 대중화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지 못했다.
<근대,서양식 빵의 첫 등장>
한국에 본격적으로 서양식 빵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 개항 이후 서구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880년대 초, 인천과 부산에 외국인 거주지가 생기면서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었고,다. 이 과정에서 빵도 함께 소개되었다. 초창기 빵은 외국인 전용이었다. 외교관, 선교사, 상인 등이 인천, 부산, 원산 등지에서 빵을 구워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가장 초기에 기록된 한국 내 빵집 중 하나는 1890년대 서울 정동 지역에 세워진 미국 선교사관(정동제일교회 부근) 부속 빵공장이다. 이 빵공장은 선교사들과 외국인들을 위한 것이었으며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존재였다.
1895년 을미개혁 이후에는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식 양과자와 빵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일본식 빵(특히 단팥빵, 메론빵 스타일)은 서양 빵을 일본식으로 변형한 것이었고 한국인들이 처음 접한 서양식 빵은 일본을 통해 유입된 경우가 많았다.
<20세기 초, 최초의 한인 베이커리>
한국인이 운영한 최초의 빵집으로는 1920년대 설립된 '이문세 베이커리'가 알려져 있다. 서울 종로 일대에서 운영되었던 이 빵집은 당시 일본 유학생이나 외국 문물에 관심을 가진 계층을 대상으로 빵을 팔았다.
이 시기 등장한 대표적인 빵은 단팥빵이다. 단팥빵은 일본을 통해 들어온 양과자(앙팡)가 변형된 것이었으며 부드러운 빵 안에 단팥 소를 넣어 구운 형태였다. 한국에서는 이 빵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게 되었고 이후 단팥빵은 한국 빵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1926년에는 '박승직 상점'이라는 제과점이 생겼는데 여기서 만든 빵과 과자는 고급 음식으로 여겨졌다. 또한, 당시의 빵은 종종 '양식(洋食)'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세련된 근대화와 서구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빵의 대중화>
일제강점기(1910~1945) 동안 빵은 점차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도시를 중심으로 학교 급식, 군대 식사 등에 빵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빵이 귀한 음식이었으며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별미로 남아 있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빵과 함께 케이크, 과자 등 다양한 양과류가 등장했다. 경성(지금의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서양식 제과점이 여럿 생겼으며 일본인과 부유한 조선인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해방 이후와 현대>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전쟁(1950~1953) 시기를 거치며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빵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았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들어온 밀가루와 버터, 설탕 등이 대중화되면서 빵은 점점 서민적인 음식이 되어갔다.
1950~60년대에는 미군 부대 주변을 중심으로 서양식 빵과 케이크를 파는 가게들이 번성했다. 1970년대에는 삼립식품이 '삼립호빵'을 출시하면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대중 빵 시장이 열렸다. 이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형 제빵 프랜차이즈가 등장해 한국 빵 문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한국의 빵은 서양식, 일본식, 그리고 한국 고유 스타일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크루아상과 소보로빵, 단팥빵, 샌드위치, 생크림 케이크까지 다양한 종류가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한국 최초의 빵은 개항기 이후 외국인을 통해 소개되었으며 이후 일본을 통해 서양식 빵 문화가 퍼졌고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빵들이 개발되면서 오늘날 한국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빵 강국'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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